"이 종목은 변동성이 크다"는 말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뜻으로 쓰입니다. 하나는 시장이 움직일 때 더 크게 움직인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과 상관없이 혼자 튄다는 뜻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성질인데 같은 단어로 불립니다.
이 둘을 갈라 보는 표준적인 방법이 베타와 결정계수입니다. 어렵지 않으니 정의부터 짧게 정리하고, 실제 숫자를 보겠습니다.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시장 지수의 일간 수익률에 회귀시킵니다. 그러니까 "시장이 1% 오른 날 이 종목은 평균 몇 % 올랐나"를 직선 하나로 맞추는 것입니다.
베타는 그 직선의 기울기입니다. 베타가 1.4라면 시장이 1% 오를 때 이 종목은 평균 1.4% 올랐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1% 빠지면 1.4% 빠집니다. 베타는 방향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배율에 대한 정보입니다.
결정계수(R²) 는 그 직선이 실제 값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를 0에서 1 사이로 나타냅니다. 0.8이라면 이 종목의 일간 움직임 가운데 약 80%가 시장 움직임으로 설명된다는 뜻이고, 나머지 20%는 그 종목만의 사정입니다.
둘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베타만 보면 "크게 움직인다"까지는 알지만 그게 시장 탓인지 종목 탓인지 모릅니다. 베타가 높고 결정계수도 높으면 그건 시장을 증폭하는 종목이고, 베타가 높은데 결정계수가 낮으면 혼자 사는 종목입니다. 전자는 시장 전망이 맞으면 같이 맞고, 후자는 시장 전망이 맞아도 따로 놉니다.
| 종목 | 기준 지수 | 베타 | 결정계수 |
|---|---|---|---|
| SK하이닉스 | KOSPI | 1.40 | 0.78 |
| 삼성전자 | KOSPI | 1.22 | 0.84 |
| 삼성전자우 | KOSPI | 1.11 | 0.59 |
| 마이크론 |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 1.29 | 0.65 |
기준 지수가 종목마다 다르다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국내 세 종목은 코스피에, 마이크론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회귀했습니다. 마이크론을 코스피에 회귀시키는 건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국내 종목을 반도체지수에 맞추면 이번엔 환율과 시차가 섞입니다. 기준이 다른 베타끼리는 크기를 직접 비교하면 안 됩니다. 마이크론의 1.29와 하이닉스의 1.40은 같은 자로 잰 값이 아닙니다.
SK하이닉스 1.40 / 0.78. 코스피가 1% 움직일 때 평균 1.4% 움직이고, 그 움직임의 78%가 시장으로 설명됩니다. 크게 흔들리는데 그 흔들림이 대체로 시장과 같은 방향이라는 뜻입니다. 지수가 오르는 국면에서 더 오르고 빠지는 국면에서 더 빠지는, 교과서적인 고베타 종목의 모습입니다.
삼성전자 1.22 / 0.84. 배율은 하이닉스보다 낮은데 설명력은 더 높습니다. 시가총액이 크고 지수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커서, 어느 정도는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움직이는 쪽이기도 합니다. 회귀식은 어느 쪽이 원인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건 이 방법의 한계로 기억해 둘 만합니다.
삼성전자우 1.11 / 0.59. 같은 회사인데 보통주와 숫자가 다릅니다. 배율은 낮고 설명력은 눈에 띄게 낮습니다. 우선주는 거래가 얕고 수급 사정이 따로 있어서 시장과 어긋나는 날이 더 많습니다. 같은 회사의 두 주식조차 시장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게 이 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론 1.29 / 0.65. 반도체지수 대비로 잰 값이라 위 셋과 나란히 놓을 수 없습니다. 다만 결정계수 0.65는 짚어 둘 만합니다. 이미 반도체만 모아 놓은 지수를 기준으로 삼았는데도 35%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은, 메모리가 반도체 안에서도 따로 노는 구석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적 발표 일정이 다르고, 메모리 가격 사이클이 로직 반도체 사이클과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들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측정 구간에 따라 값이 바뀝니다. 최근 1년으로 재느냐 3년으로 재느냐에 따라 베타는 꽤 달라집니다. 급락이 한 번 끼면 그 며칠이 회귀선을 상당히 끌어당깁니다. 그래서 이 값은 상수가 아니라 최근 구간의 요약으로 읽어야 합니다.
과거의 관계이지 앞으로의 약속이 아닙니다. 베타 1.4는 지난 구간에서 그랬다는 뜻이지 다음 하락장에서도 1.4배로 빠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값들은 업황 지수 계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종합 지수는 주가를 재료로 쓰지 않습니다. 주가를 넣으면 지수가 주가를 설명하게 되고, 그러면 업황과 주가가 어긋나는 지점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업황을 매일 0~100점으로 재는 방법에 적어 두었습니다. 베타와 결정계수는 어디까지나 종목 화면의 참고 정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에 씁니다. 업황 점수가 움직였을 때, 그 소식이 종목에 얼마나 크게 전달될지를 가늠하는 데 씁니다. 결정계수가 높은 종목은 시장 전체가 같이 움직여야 반응하고, 낮은 종목은 시장이 조용해도 혼자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쓰면 안 되는 곳도 분명합니다. 베타가 높다고 더 사고, 낮다고 덜 사는 식의 사용은 이 숫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닙니다. 이건 성질을 설명하는 숫자지 좋고 나쁨을 말하는 숫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