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은지 나쁜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수출 단가를 들고 오고,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주가를 들고 옵니다. 둘 다 사실이라서 대화가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다른 방식을 골랐습니다. 매일 같은 재료를 같은 식에 넣어 0에서 100 사이의 숫자 하나를 만들고,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전부 펼쳐 놓는 것입니다. 점수가 78.7이라는 말 자체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는 어제도 같은 식으로 78.7이 나왔고 그제는 다른 숫자가 나왔다는 데 있습니다.
지표를 전부 한 줄로 늘어놓고 평균을 내면 점수는 나옵니다. 다만 그 점수가 왜 움직였는지를 물으면 답이 없습니다. 수출 단가가 올라서 오른 것인지, 밸류에이션이 싸져서 오른 것인지가 한 숫자 안에서 섞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격이 다른 것끼리 묶어 세 층으로 나눴습니다.
| 층 | 무엇을 재나 | 비중 |
|---|---|---|
| Thesis 코어 | 이 사이클이 성립하려면 참이어야 하는 전제들 | 0.50 |
| 업황 확인 | 그 전제가 실제 숫자로 확인되고 있는가 | 0.30 |
| 밸류·매크로 | 그것을 얼마에 사고 있는가, 바깥 환경은 어떤가 | 0.20 |
2026년 7월 26일 기준으로 이 셋은 각각 81.0 / 88.3 / 58.4 였고, 가중평균한 종합 지수는 78.7 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눠 놓으면 숫자 하나가 문장이 됩니다. 위 값은 "전제는 대체로 성립하고 있고(81.0), 실제 업황 숫자는 그보다 더 좋은데(88.3), 그걸 사는 값은 이미 비싸다(58.4)"로 읽힙니다. 세 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국면과 서로 어긋나는 국면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어긋날 때가 대개 더 중요한데, 한 덩어리로 뭉쳐 놓으면 그 어긋남이 평균 속에서 사라집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이 셋은 데이터로 최적화해서 얻은 값이 아닙니다. 최적화로 얻으려면 "무엇에 대해 잘 맞았는가"를 정해야 하는데, 그 정답을 정하는 순간 지수는 그 정답을 향해 구부러집니다. 과거 주가 수익률에 가장 잘 맞도록 비중을 고르면, 그 비중은 과거 주가를 설명할 뿐 다음 국면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중은 판단으로 정하고, 대신 정한 값을 고정한 뒤 바꿀 때마다 이력을 남기는 쪽을 택했습니다. 코어에 0.50을 준 것은 사이클의 전제가 무너지면 나머지가 다 좋아도 소용없다고 보기 때문이고, 밸류·매크로를 0.20으로 낮게 둔 것은 이 층이 방향보다는 속도에 대한 정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비싸다는 것은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소식에 덜 오른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 판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층의 점수를 따로 볼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비중을 다르게 보는 분은 층별 점수만 가져다 자기 비중으로 다시 계산하면 됩니다.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주가는 매일 나오고, 정확하고, 공짜입니다. 안 넣을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넣지 않는 이유는 그러면 이 지수가 스스로를 설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수를 만드는 목적은 주가와 별개로 업황을 재서, 둘이 어긋나는 지점을 찾는 것입니다. 주가를 재료에 넣으면 주가가 빠질 때 지수도 같이 빠지고, 지수는 "주가가 빠졌으니 업황이 나쁘다"는 동어반복이 됩니다. 그 숫자는 아무것도 새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구분이 눈에 보인 날이 있었습니다. 7월 말에 관련 종목이 하루에 10% 넘게 빠진 날, 업황 층 점수는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수출 단가도 고객사 설비투자 가이던스도 그날 바뀐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지수가 알려준 것은 "업황이 꺾였다"가 아니라 "주가는 움직였는데 업황 숫자는 아직 안 움직였다" 였습니다. 그 간극이 정보입니다. 주가를 재료에 넣었다면 이 간극은 애초에 관측되지 않습니다.
주가가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종목별 화면에서 베타와 결정계수 같은 것을 따로 보여 줍니다. 다만 그건 지수와 별개의 화면이고, 종합 점수 계산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각 지표는 원래 단위가 제각각입니다. 수출 단가는 전년 대비 퍼센트고, 설비투자는 금액이고, 재고는 일수입니다. 이걸 그대로 평균낼 수 없으니 지표마다 어느 값이 0점이고 어느 값이 100점인지를 미리 정해 두고 그 사이에서 선형으로 환산합니다. 이 경계값은 코드가 아니라 별도의 사양 파일에 적혀 있고, 화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경계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값을 보고 나서 경계를 정하면 그건 측정이 아니라 사후 해설입니다.
세 가지는 분명히 적어 두는 게 맞습니다.
첫째, 과거 구간의 상당 부분은 관측값이 아니라 복원값입니다. 지수를 오늘 만들었으니 어제 이전의 값은 남아 있는 자료로 되살린 것입니다. 되살릴 때 실제 자료가 있으면 그걸 쓰고, 없으면 기본값을 채웁니다. 현재 기준으로 68.33%가 실측이고 31.67%가 기본값입니다. 기본값 비중이 큰 항목은 미래 주당순이익 추정(0.1667), 마이크론과 TSMC 발언 톤(0.10), 미래 주가수익비율(0.05) 순입니다. 즉 과거 곡선의 왼쪽으로 갈수록 그건 "그때 이랬다"가 아니라 "그때 이랬을 것이다"에 가깝습니다.
둘째, 지표는 늦게 나옵니다. 기준일과 실제 공표일 사이의 간격을 최근 180일간 122건 재 봤더니 중앙값이 79일이었습니다. 오늘 점수는 오늘의 업황이 아니라, 오늘까지 도착한 소식으로 그린 업황입니다. 이건 따로 한 편을 써야 할 만큼 중요한 얘기라 지표는 늦게 온다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셋째,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이 점수가 실제로 무언가를 맞혔는지 재려면 점수가 나온 뒤 일정 기간이 지난 결과를 봐야 하는데, 그 표본이 아직 모자랍니다. 검증표는 /verify에서 그대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맞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편이 낫다고 봤습니다.
이 지수는 예측이 아닙니다. 같은 자를 매일 같은 방식으로 대는 일입니다. 자가 정확한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자가 휘어 있다면 어디가 휘었는지는 전부 펼쳐 놓았습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를 어떻게 예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피하려고 무엇을 했는지는 숫자를 예쁘게 만드는 다섯 가지 방법에 따로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