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본딩 ·
하이브리드 본딩이 HBM에서 밀렸는데 베시 수주는 왜 두 배일까
베시의 하이브리드 본딩 수주가 올해 두 배를 넘긴 힘은 HBM보다 로직 칩렛·광 패키징·엣지 AI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고, HBM은 아직 개발·검증 물량 단계로 보는 게 가장 그럴듯해요.
올해 여름 이후 HBM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이 한참 뒤로 밀렸다는 보도가 계속 나왔어요. JEDEC가 HBM 패키지 두께 한도를 720μm에서 약 775μm로 풀어 주면서, 16단까지 기존 범프 방식으로 쌓을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의 선두권 업체(회사 표현은 'leading')인 네덜란드 베시(Besi)는 10월 22일 3분기 실적에서 올해 하이브리드 본딩 수주가 지난해 전체의 두 배를 넘었다고 발표했어요. HBM 도입이 늦어졌다는데 장비 주문은 왜 이렇게 늘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베시 수주의 출처가 HBM인지부터 가려야 해요. 이 글은 보도자료의 문장과 숫자로 그 출처를 나눠 보고, 메모리 투자자가 이 신호를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 정리했어요.
가설
약세 가설(HBM 수요는 약하다). 하이브리드 본딩이 HBM에서 밀렸다면 장비 수요의 핵심 고객인 메모리 업체의 주문이 줄어야 하고, 장비사의 수주 증가세도 꺾여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전용 장비 투자를 미루고 있고, 삼성전자도 도입 시점을 다시 계산하고 있어요. 이 가설이 맞다면 베시 분기 수주가 정체하거나, 메모리 고객 관련 코멘트가 사라지거나, 하이브리드 본딩 고객 수 증가가 멈춰야 해요.
강세 가설(수요는 다른 곳에서 크게 늘고 있다). HBM 도입이 밀렸어도 로직 칩렛, 광학 부품 패키징, 엣지 AI 기기 같은 다른 용도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주문이 이어진다는 주장이에요. 이 가설이 맞다면 수주 증가의 설명이 HBM 이외의 용도로 채워져 있어야 하고, 하이브리드 본딩을 쓰는 고객 수가 늘어야 해요. 메모리 고객의 주문이 있더라도 대량 양산 설비보다는 개발·검증용 소량 주문에 가까워야 하고요.
두 가설을 가르는 기준은 네 가지로 잡았어요. 하나, 수주 증가의 설명에서 HBM이 차지하는 위치예요. 둘, 고객 수와 누적 장비 대수의 변화예요. 셋, 메모리 고객이 하이브리드 본딩만 샀는지 기존 열압착(TC) 방식도 같이 샀는지예요. 넷, 장비사가 이해관계자라는 점을 감안한 증거의 무게예요.
검증
먼저 HBM 쪽 사실부터 확인했어요. 2025년 4월 JEDEC가 HBM4 표준(JESD270-4)을 낸 뒤, 업계 보도들은 패키지 두께가 12단·16단 모두 공칭 775μm로 정해졌다고 전했어요. 2025년 4월 21일자 TrendForce 보도는 이 완화가 "하이브리드 본딩의 즉각적인 필요를 줄였다"고 정리해요. 2026년 7월 24일자 디지털투데이 보도는 한도가 720μm에서 약 775μm로 55μm 늘어 16단을 범프를 없애지 않고 쌓을 수 있게 됐고, 업계 분위기가 하이브리드 본딩을 HBM4E 이후로 미루는 쪽으로 기운다고 전해요. SK하이닉스는 전용 장비 투자를 미루고 삼성은 시점을 다시 계산한다는 내용도 같은 기사에 있어요. 다만 775μm라는 수치는 JEDEC 보도자료 본문이 아니라 이 보도들에서 확인한 거예요. JEDEC 보도자료는 속도 8Gb/s, 2,048비트 인터페이스, 스택당 2TB/s 같은 규격을 설명하고 있어요. 그래서 "표준이 풀렸다"는 말은 두께 한도의 공식 문구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채 보도를 인용한 것이라는 점을 밝혀 둬요.
이제 베시 쪽 숫자예요. 베시 2026년 3분기 보도자료(10월 22일)에 따르면 3분기 수주는 3억 4,260만 유로로 직전 분기보다 17.0%, 전년 동기보다 96.1% 늘었어요. 매출은 2억 8,340만 유로로 전년 동기의 2.1배(+113.6%)였고, 총이익률은 65.2%, 순이익률은 37.8%예요. 분기 수주를 이어 보면 1분기 약 2억 6,970만 유로, 2분기 2억 9,290만 유로, 3분기 3억 4,260만 유로로 세 분기 연속 늘었어요. 1분기 수치는 3분기 보도자료 표에 실린 값이고, 2분기 보도자료의 "직전 분기 대비 +8.6%"와도 맞아요. 합치면 올해 9개월 수주는 9억 520만 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108.3% 늘었어요.
핵심 문장은 CEO 코멘트에 있어요. 베시는 올해 하이브리드 본딩 수주가 지난해 전체의 두 배를 넘은 이유를 네 가지로 들었어요(번역). HBM 응용 수주 증가, 양산에 들어간 로직 칩렛 프로그램 증가, 예상보다 빨리 늘어난 광학 패키징(CPO) 활용 사례, 엣지 AI 기기 생산 시작이에요. 이 네 가지에는 금액이나 비중이 붙어 있지 않아요. HBM이 첫 번째로 나열됐지만, 네 가지 중 얼마를 설명하는지는 보도자료만으로 알 수 없어요. 비교 기준도 조심해야 해요. "올해 9개월 수주가 지난해 12개월보다 두 배"라는 말은 지난해 하이브리드 본딩 수주가 낮은 기저였다는 뜻일 수 있어요. 2분기 보도자료도 올해 상반기 수주 증가를 광학, 데이터센터, 하이브리드 본딩 증설로 설명하면서 AI 응용이 시스템 수주의 약 60%(지난해 상반기 약 50%)라고 했어요.
고객 쪽 숫자도 봤어요. 하이브리드 본딩 고객은 지난해 말 15곳에서 2분기 말 21곳, 10월 22일 기준 23곳으로 늘었고, 누적 수요는 215대를 넘었어요. 고객이 8곳 늘었는데 메모리 업체는 수가 많지 않으니, 신규 고객 상당수가 로직·광학·소비자용일 가능성이 커요(제 추정이에요). 다만 이 숫자는 도입한 고객의 수라서 금액 비중까지 보여 주지는 않아요. 3분기 주문 자체는 로직, 광학(CPO), 메모리 세 시장에서 모두 들어왔다고 해서, 메모리 주문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요. 같은 보도자료는 선도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본딩 증설 계획을 설명하면서 "로직, CPO, 엣지 AI"만 꼽았어요.
메모리 고객 관련 문장도 있어요. 3분기에 "선도 메모리 고객"에게서 하이브리드 본딩과 TC Next(베시의 열압착 장비) 주문을 둘 다 받았다고 해요. 그 고객이 "현재와 차세대 HBM 소자 구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고요. 해석하면 두 가지예요. 하나, 메모리 업체가 하이브리드 본딩을 완전히 접은 게 아니에요. 둘, 같은 고객이 TC 방식도 같이 사는 걸 보면 양쪽에 걸쳐 두는 모습이에요. "개발" 단어를 고려하면 대량 양산 설비보다 검증·개발용 주문일 가능성이 커요. 이건 보도자료의 어휘에서 나온 제 추정이고, 주문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베시 스스로 올해 극심한 메모리 부족이 현재 HBM 양산에서 낮은 스택 높이의 사용을 예상보다 길게 이어 갔다고 적었어요(번역). 동시에 더 높은 전력 효율, 대역폭, 접속 밀도에 대한 요구가 올해 갈수록 하이브리드 본딩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향후 2년간 다양한 스택 높이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이 채택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앞 문장은 지연을 인정하는 말이고, 뒤 문장은 장비사가 자기 시장을 설명하는 낙관이에요. 같은 보도자료 안에 두 문장이 함께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베시는 판매자이고, 판매자의 전망은 고객의 발주 확약이 아니에요.
시장 반응도 같은 방향이에요. Investing.com 정리에 따르면 베시는 4분기 매출을 3분기 대비 ±5%로 안내했어요. 대략 2억 6,920만~2억 9,760만 유로예요. 주가는 장 초반 약 3% 내렸어요. 보도자료는 일부 고객이 3분기 주문의 납품 시점을 2027년 상반기 생산능력 계획에 맞춰 달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수요 약화가 아니라 납기 이동이라는 설명이에요. 납기 이동은 매출 시점을 바꾸는 이야기라서, 이 설명이 맞는지는 4분기 매출과 2027년 상반기 매출·수주잔고가 확인해 줘요.
종합하면 약세 가설은 "HBM 도입이 늦어졌다"는 앞부분은 맞지만 "장비 수요가 약하다"는 결론은 베시의 숫자와 맞지 않아요. 강세 가설은 숫자와 맞지만, 수요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네 가지 용도 중 HBM의 비중을 모르는 상태라서 반쯤만 검증됐어요. 두 가설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아요. HBM은 늦어지고, 다른 용도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그림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결론
현재 근거로 가장 유력한 결론은, 베시의 올해 하이브리드 본딩 수주 급증이 HBM 양산 설비 때문이 아니라 로직 칩렛·광학 패키징·엣지 AI 같은 비메모리 용도가 이끌었고, HBM은 개발·검증 단계의 소규모 주문이 얹힌 정도라는 거예요. 제 판단으로는 이 결론이 맞을 가능성이 70% 안팎이라고 봐요. 근거는 세 가지예요. 첫째, HBM이 첫 번째로 나열됐지만 비중 수치는 없고, 증설 계획 문장은 로직·CPO·엣지 AI만 꼽았어요. 둘째, 고객이 올해 8곳(15곳→23곳) 늘었는데 메모리 업체는 그만큼 많지 않을 거예요(제 추정). 다만 고객 수는 금액 비중이 아니에요. 셋째, 메모리 고객의 주문 설명에 "개발"이 쓰였고 TC 장비 주문이 함께 있어서 양산 전환이라기보다 선택지 확보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같은 보도자료가 메모리 부족으로 낮은 스택 높이가 예상보다 길게 쓰인다고 인정했어요.
이 결론이 틀리는 조건은 세 가지예요. 하나, 베시나 고객사가 HBM 용도 수주 비중을 공개하고 그 비중이 하이브리드 본딩 수주의 3분의 1을 넘을 때예요(3분의 1은 제가 잡은 기준이에요). 둘, SK하이닉스나 삼성이 HBM4E 또는 16단 양산 라인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쓰겠다는 구체적 일정과 설비 투자를 발표할 때예요. 셋, 메모리 고객의 하이브리드 본딩 주문 대수나 금액이 공개되고 그 비중이 크다고 확인될 때예요. 한편 4분기 수주가 3억 유로 아래로 내려가면(제가 임의로 잡은 선이고 2분기 수주는 2억 9,290만 유로였어요) 수요 둔화 신호로 읽을 수 있어요.
인사이트
업황. 메모리 업체의 후공정 설비 투자는 한동안 하이브리드 본딩보다 기존 열압착과 몰딩 공정을 늘리는 쪽이 기본 시나리오예요. 오늘 7시 글에서 다룬 SK하이닉스 40조 원 자사주처럼 지금 메모리 업체의 현금은 주주환원과 증설 사이에 나뉘고, 값비싼 신공정 장비를 서둘러 살 이유가 줄었어요. 메모리 사이클 관점에서는 이게 투자 부담을 늦추는 긍정 요인이기도 해요. 다만 삼성이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는 보도(디지털투데이)도 있어서, 업체별로 속도가 갈릴 수 있어요.
실적. 베시 같은 장비주의 실적을 메모리 사이클의 대용으로 읽으면 어긋날 수 있어요. 베시의 올해 호황은 AI 응용이 상반기 시스템 수주의 약 60%라는 점에서 AI 투자 전반의 신호에 가깝고, HBM 후공정 투자만의 신호로 읽기는 어려워요. 한국 메모리 업체 실적과의 연결은 직접적이지 않아요. 베시는 총이익률이 오른 이유로 제품 믹스와 가격 인상 전가를 들었는데, 이게 메모리 업체의 장비 원가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보도자료에 없어요. 후공정 설비 단가와 감가상각 경로는 메모리 업체 공시에서 따로 확인해야 하는 숫자예요.
밸류에이션. 베시는 올해 9개월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9% 늘었고(4분기 가이던스를 더한 연간 환산으로는 약 1.7배), 4분기 가이던스가 평평하다는 이유로 미국 상장 주식이 장 초반 약 3% 내렸어요. 이 반응만으로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말하기는 어려워요. HBM 비중이 공개되기 전에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HBM 확장 기대가 장비사 가치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요.
시나리오. 기본은 HBM4·HBM4E 구간에서 기존 방식이 주류를 유지하고, 하이브리드 본딩은 로직과 광학 쪽 성장으로 장비사 실적을 끌고 가는 그림이에요. 강세는 HBM4E 후반이나 HBM5 앞에서 20단 이상 스택이 현실화되고 두께 한도가 다시 논의되면서 하이브리드 본딩이 한꺼번에 앞당겨지는 경우예요. 약세는 HBM4E 이후 두께 한도가 더 완화돼서 범프 방식이 한 세대 더 이어지는 경우예요. 두께 한도가 HBM4E 이후 더 완화될지는 이 글에서 확인한 자료에 없어요(제 시나리오 가정이에요).
다음에 볼 숫자. ① 베시 4분기 수주가 3억 유로를 넘는지, 2027년 2월 25일 발표 예정이에요. ② 하이브리드 본딩 고객 수가 23곳에서 얼마나 늘어나는지예요. ③ 내일(10월 28일)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10월 28일 오전 발표 예정)에서 후공정 투자와 HBM4E 공정 선택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예요. ④ JEDEC가 HBM4E 두께 한도를 775μm보다 올리는지예요. ⑤ 베시가 HBM 용도 수주 비중을 밝히는지예요.
반증 조건. 결론 섹션의 세 조건 중 하나, 곧 HBM 수주 비중 3분의 1 초과 공개, 메모리 업체의 양산 일정 발표, 메모리 고객 주문 대수·금액 공개와 큰 비중 확인이 확인되면 이 글의 결론은 철회하고 "HBM이 수주를 이끈다"는 쪽으로 옮겨야 해요. 한편 4분기 매출이나 2027년 상반기 수주잔고가 기대에 못 미치면 납기 이동 설명을 의심하고, 4분기 수주가 3억 유로(제가 잡은 선) 아래로 꺾이면 수요 둔화 신호로 읽어 약세 가설 쪽으로 돌아가야 해요.
출처
1차 자료
- 베시, 2026년 3분기 실적 보도자료(2026-10-22)
- 베시, 2026년 2분기·상반기 실적 보도자료(2026-07-23)
- JEDEC, JESD270-4 HBM4 표준 발표 보도자료(2025-04)
뉴스·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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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 @m.index.kr 에도 매일 씁니다.이 글의 숫자는 공개 API 실측값이거나 회사가 직접 낸 발표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지수와 점수는 제가 만든 계산의 결과이지 사실이 아니며, 계산식은 검증 페이지에 전부 공개돼 있습니다. 투자 자문이 아니고 매매 권유도 아닙니다.